사라 문 대강연회 유감


유명 패션 사진가이면서 영화감독이기도 한 사라 문의 첫 전시회와 함께 내한 강연회가 지난 9월 23일에 있었다.
사실 사라 문이라는 인물에 대해 털 끝 만큼도 몰랐던 나는.. 우습지만 '유학파 사진작가 문사라' 정도로 생각했다.

함께 일하는 포토그래퍼를 통해 사라 문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 분이 세계적인 유명 사진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첫 전시회, 그리고 강연회. 강연회도 그냥 강연회가 아니라 "대"강연회였다.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와 함께 빠르게 이메일을 날려 접수하였다.
다행히 빠른 조치때문인지.. 이내 참석 초대 안내 메일이 날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20세기 거장전 - 알고보니 20세기 프랑스 거장전 - 소식이 있었지만..
사라 문의 초현실주의적 패션 사진이 궁금했다. 나도 상업적으로 사진을 이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상업사진과 초현실주의를 접목시켰을까..

전시회에 앞서 그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소식에 들뜬 마음으로 업무도 조기 마감하고..
강연회가 준비되어있는.. 삼성동의 섬유센터로 향했다.

뭐 대부분의 강연회, 전시회가 그렇듯.. 입구에서는 부수입을 위해 도록이나 관련 서적 따위를 팔고 있었다.
마케팅적으로는 시공간적으로 시의 적절하지만.. 왠지. 보기에 그닥 좋아보이진 않는다.
사라 문의 인쇄/출판물은 남편이 제작/유통하고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어 있지 않다기에..거금을 들여.. 녹색 표지의 책을 하나 구입하였다.
나름 찝찝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강연회에 앉았고 진행 스케줄표를 보니.. 작가와의 만남 보다는..
영화상영등의 시간이 많이 잡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호기심 가득하게.. 진행상황을 지켜 보았다.

진행자도 그렇고.. 안내문에도 '세기의', '세계적인'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외국 작가의 첫 내한 작품 전시회 혹은 강연회 치고는..
눈살을 찌뿌리는게 한둘이 아니었다.
화면을 비추는 빔프로젝터의 위치가.. 천장의 샹들리에에 투사되어.. 온 벽에 레이저 포인터 같은 빛들로...
흡사 나이트나 노래방의 거울 반사공에 비친 빛들처럼..어지러이 뿌려져 있었고..
스태프 들은 사전 리허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허둥지둥이고..
큐레이터라고 본인을 소개하신 분도.. 연신 사죄의 말씀을.. 청중들에게 했다.

그러나 이날의 압권은.. 영상물이었다.
이날 사라 문의 서커스(Circus)와 컨택트(Contact)를 상영해주었다.
이중 서커스 상영은.. 화면이 너무 끊기고 떨려서..감상이 어려웠는데..
한참을 고민했다. 아마도 무지하였기 때문일까..?
영상의 낮은 품질과 끊기는 현상들은..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감독(사라 문)의 의도가 아닐까 고민했다.
그런데 진행측에서도 아무말 없이 상영하고.. 청중들도 누구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잘 모르는 내가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 직감에.. DVD의 디코딩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어쨌든.. 화면이 뚝뚝 끊기는 영상을 20분째 보고 있노라니.. 조금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그래도 오늘 보러온 작가님의 작품아닌가. 끝까지 보려고 노력했다.
인내하며 관람하던중.. 왼쪽 입구에서.. 빠마 머리에 깐깐하게 생긴 외국인 할머니의 실루엣이 비쳤다.
오늘의 주인공이 오셨다. 화면을 보고 진행측을 보고 뭐라 뭐라 하셨다. 역시나.. 영상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 완전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너무 창피했다. 나는 비록 애국자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작가의 첫 방한, 그리고 첫 전시회에서..
주최측에서 보여준 작가에 대한 예의가.. 너무 허술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름 창작이라는 고통속에 사는 사진쟁이로서.. 내 자식같은 작품을.. 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꼴로 보여준다면.. 분노할 것이다.
그래도 한때 영상을 했었던 나조차도..의도인지 기술적 결함인지.. 몰랐기때문에..그렇게 상영이 끝났더라면..
다른이에게 사라 문의 서커스는 뚝뚝 끊기는 영상과 허술한 영상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그녀가 그렇게 높게 칭송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 같다.

어쨌든.. 사라 문은 입장하자 마자 통역을 통해 얹짢은 기색을 내보이며
해당 영상의 상영을 중지하라고 요구했고.. 큐레이터라고 주장하시는 분은 청중들에게 사과하며..
사라 문 선생님께서 상태가 안좋은 영상에 대해 분개하셨고, 청중분들께 죄송하다며 현장에서 본인이 감독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상영예정이니까 전시장에 오셔서 관람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료 초대권을 나눠주라고 했다고 통역한 걸 전했다.

아쉽게도 무료초대권은 나눠주지 않았다. 메일로 주최측에 문의해봤으나..
본인들도 당황했고,.. 해당 문제를 지적해주는 분들께 무료 입장 가능하도록 현장에서 배려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부분도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무료 초대권 8,000원 짜리 얻을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그간 한겨레에 가졌던 좋은 이미지가 없어지는 대답이었다.




어쨌든..메일을 보내고 나서는 회신이 없었으므로..
아직까지는 현장에 있었던 청중들의 시간을 빼았고도 또 본인들의 표현으로 세계적인 작가님을 모시고 현장의 부끄러운 진행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은 정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컨택트(Contact)라는 영상물은 사라 문의 작업 광경을 담은 영상물이라 개인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영어를 못하는 나 같은 이의 배려는 없었다. 자막이 준비가 안되었다고..
게다가 큐레이터가 자막 대신 대본을 읽어주었는데.. 화면과도 싱크가 안맞고.. 또 본래 음성과도 뒤섞여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가 산만해서 일수도 있지만.. 뭘 봤는지.. 무슨 메시지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전시장 높이등 작가의 요구 사항에 대해 큐레이터는 공개적으로 청중들에게 불만을 표현했다. 아주 낮은 수준의 불만을 토로했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다른 작가들은 전시장 높이 따위에 대해 말 않는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더니..
이런 영상물에 대해서도 지적한다..너무 깐깐하다.
뭐 이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작가의 욕심에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형태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작품 전시 현장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더 좋은 관람을 위해 관람 환경에 대해 작가가 지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을 보니.. 전시 진행측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통역부분도 그냥 넘어 갈 수 없는데..
프랑스 작가에게 영어 통역을 붙이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에 프랑스 통역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텐데..
사라 문 본인도 불어가 편하고 영어는 좀 불편하다고 했다.

예전만레이의 사진전(한겨레 주최가 아니었다)을 본 후 느끼고 배운 바가 많아서 좋은 사진전이 있다면 가급적이면 관람하려고 노력하다. 도슨트의 설명도 귀담아 듣고.. 주변인들에게,.. 또 사진을 배우고 있는 후학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단체 관람을 신청하기도 하였다. 매그넘, 카슈전때도 지역 동호인들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관람을 독려해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걸 기억한다.

어정쩡하고 미숙한 진행으로 이번 사진전의 이미지를 많이 깍아 먹은 것 같다.
내가 보이콧하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기에 보이콧하지는 않겠지만... 씁쓸하다..
매체 - 한겨레 중심이지만.. - 에 나오는 전시회의 모습과 광고에 비해 진행과 준비가 너무 부족해 안타깝다.
부디 첫 방한한 대한민국에 남은 시간동안만이라도 좋은 인상만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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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 2009.10.14 12:0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갔었는데, 엄청 유감이었답니다. 아예 전시회에는 가고 싶지도 않더군요. 사라 문이 전시공간의 천정이 너무 낮다고 불평하는 걸 들으니 더더욱... 그리고 70~80년대 작품이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고 그래서... 가서 실망 하느니 포기...

    • Favicon of https://jinside.tistory.com BlogIcon 진환 2009.10.14 15:26 신고 address edit & del

      kim 님도 현장에 계셨군요.
      제가 다 부끄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그리고 주최측의 진행이 너무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후원사에서 다음부터는 좀더 신중하게 기획사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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