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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만의 아이디어 - 소방전문병원 설립하자.

스튜디오 오픈을 하고 얼마되지 않은 2008년 가을, 가족사진 촬영 의뢰가 있었다.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데 특별히 독특한 컨셉촬영을 찾다가 우리를 찾았다고 했다.
그래서 세미 누드 촬영을 제안했고 촬영 스케줄을 잡고 준비하였다.

부모님과 어린이 한사람.

그들은 소방공무원 가족이었고, 남편의 안위 때문에 매년 가족사진을 촬영해서 보관한다고 하였다. 올해는 우리 스튜디오가 선택되어졌고 나는 촬영을 했다.

남편분의 몸은 그리 단단하지 않았지만.. 큰 흉터가 있었고 촬영을 위해 조명을 준비하니 흉터의 굴곡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원하시면 수정작업을 해드리겠다는 저희의 제안에 손사레를 치시며 부인이 거들었다. 영광의 상처이고 이번 촬영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남편분이 화재현장에서 동료들의 만류에도 뿌리치고 인명을 구하다 무너지는 구조물에 다친 흉터라는 얘기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소방관들의 공상에 관한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다행히 이 남자는 현장에서 얻은 부상이라 공상처리가 되었지만..
많은 동료들은 소방관들의 업무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일반 공무원법에 의한 공상처리 기준에 의해 자비로 치료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재해 현장에서 목격한 잔인하고 무서운 광경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 관련 인력이 부족하여 열악한 근무조건에서도 묵묵히 그들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촬영이 끝나고 남자와 잠시 더 대화를 나누었다.

국가 공무원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공무원이 바로 소방관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봉에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마치 촛불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와 그의 가족들에게서 전해 들은 생활과 현실은 안타까웠다.

업무중 위험에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소방전문병원이 없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었다.
화상 및 가스에 의한 부상, 각종 구조활동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상해등 신체적인 부분 뿐 아니라
재해 현장이나 사고 현장의 최일선에서 접하는 끔찍한 광경을 접한 후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각종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고된 업무 속에서 다양한 질병과 상해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소방관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질병을 연구하고 관리하며 치료하는 전문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와 관리, 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소방관들의 건강과 안위는 곧 국민들의 건강과 안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이 순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뉴스보다도 안타깝다.
타인의 재산과 건강을 위해 헌신하다 화마나 재해에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기에 감동이상의 안타까움이 늘 함께한다.
소방 전문 병원이 그들 노고에 보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지켜주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 그들의 건강과 안위를 지켜주는 것이 곧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연으로 "KBS 1TV 오천만의 아이디어"에 출연하게 되었다.

처음엔 많은 분들이 생소해 하셨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Q&A등 개별 설득등을 통해.. 찾아오신 100인의 평가단을 설득했다.
물론 반대하지 않고 응원의 지지발언을 해주신 평가단도 계셨다.

이번 기회로 소방전문 병원의 설립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져 설립까지 추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방전문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몇차례 포스팅을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다.